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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채권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사를 읽으며, 금리와 채권 가격이 어째서 반대로 움직이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면 ‘금리’와 ‘채권 가격’의 용어부터 헷갈렸을 가능성이 높다. 

 

보통 어떤 자산의 ‘금리’ 즉, 이자율이라고 하면 그 자산이 약속하는 수익률을 칭할 때가 많고, ‘가격'이라고 하면 그 자산의 첫 구매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산이 약속하는 수익률이 떨어지는데, 어째서 그 자산의 가격이 올라갈까?라고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단, 시작하기 전에 ‘금리'와 ‘채권 가격'의 용어에 대해 명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a) 금리가 떨어져서, b) 채권 가격이 올라갔다’라는 말을 좀 더 자세히 풀어보면,
기존에 발행된 채권의 이자율에는 변화가 없는데 a) 시장의 금리가 떨어지는 바람에, 이미 높은 고정 이자율로 발행되어 b) 유통되고 있는 채권의 거래가격이 올라갔다, 라는 의미가 된다.

 

 

채권의 금리

 

채권에는 두 가지 금리가 있다. 쿠폰금리' 그리고 ‘시장금리'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이 올라간다'라고 할 때의 ‘금리'란 시장금리를 의미하는 것이고, 채권이 약속하는 이자율 (쿠폰금리)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1. 쿠폰금리 (=표면금리, 쿠폰 이자율)
    채권을 발행하는 시점에서 지급하기로 약속한 이자율 즉, 채권증서에 적힌 쿠폰 이자율이다.
    고정금리 채권의 경우, 이 금리는 채권의 만기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2. 시장금리
    = 투자자가 해당 채권 발행자에게 요구하는 금리 (요구수익률),

    =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할 때 예상할 수 있는 수익률 (만기 수익률),
    = 채권의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격으로 일치시키는 할인율

    시중의 금리 수준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
    따라서 뉴스에서 자주 말하는 ‘금리 인상, 금리 인하'라고 했을 때에는 기준 금리의 인상과 인하를 말하는 것이고, 시장 금리 역시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오르거나 떨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채권의 가격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는 경우도 있지만, 만기 전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고파는 것도 가능하다. 채권이 발행되는 발행시장에서의 가격과, 이미 발행된 채권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유통시장에서 가격은 각기 다른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1. 채권의 발행 가격
    만기, 표면이자율, 액면가, 이자 지급주기, 발행자의 신용도 등에 따라 결정된다.
    가장 단순한 경우에는 액면가와 발행가가 동일하지만 (“오늘 백만 원 빌려주면, 1년 뒤에 이자까지 쳐서 백만 원 도로 갚을게”), 상황에 따라 할인/할증 발행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발행가가 액면가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2. 채권의 유통 가격(=매매 가격, 거래 가격)
    채권의 내재적 가치뿐 아니라 시장에서 투자자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동한다.



금리와 채권 가격의 관계

 

채권은 미래 현금흐름이 고정된 자산이다(고정금리 채권의 경우). 즉, 채권은 발행 시점에, 아래의 사항에 대해 미리 약속을 하기 때문에 채권자가 언제 얼마의 돈을 받을 것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1. 액면가 - 만기에 지급하는 원금
  2. 표면이자율(쿠폰 이자율) - 원금 대비 몇 % 의 이자를 지급할 것인지 
  3. 만기- 원금을 얼마의 기간 후에 지급하는지 
  4. 이자 지급주기- 이자를 얼마나 자주 지급하는지 

 

같은 발행자의 채권이라도 만기에 따라 채권의 가치는 달라진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만기가 길수록 가격 변동의 위험이 크고 유동성이 줄어 채권자가 요구하는 이자율은 높아진다. 

 

같은 만기의 채권이라도 발행자의 신용도에 따라 채권자의 요구 수익률이 달라진다. 즉, 발행자의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아질수록 투자자는 더 높은 이자율을 원한다. 고위험 고수익의 원칙은 채권에도 동일하게 반영된다. 국가에서 발행하는 국고채와 신생회사에서 발행하는 회사채는 신용도가 현격히 다르다. 

 

신규 채권을 발행할 때에는 이렇게 만기와 발행자의 신용도, 그리고 발행 시점에 시장에서 통용되는 시장금리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정 표면이자율을 결정하는데, 한번 발행된 채권의 이자율은 만기가 될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금리(기대수익률)는 계속 변하기 때문에 표면이자율과 시장금리 간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유통시장에서 채권의 거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시장 금리가 낮아지면 신규 채권은 이를 반영하여 표면 금리를 낮춰서 발행하는데, 그러면 이전에 발행되어 이미 유통 중인 채권은 표면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예를 들어, 채권이 약속한 이자율이 5%인데, 채권 발행 이후에 시장 상황이 변화하여 시장금리 수준이 2%로 급락했다고 하자. 그래도 이미 발행된 채권은 5%의 이자를 만기까지 지급할 권리를 보장한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표면금리가 높은 채권에서 더 많은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 발행되는 채권보다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이미 유통 중인 채권을 사려는 수요가 많아진다. 때문에, 금리의 하락은 이미 유통 중인 채권의 가격을 상승시킨다. 

 

반대로 금리가 8%로 올라도 이미 발행된 채권에서는 약속한 5%만을 이자로 받게 된다. 이때, 새로 발행되는 채권에 비해 이미 유통 중인 채권은 투자 매력도는 하락하여 매수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이 하락한다. 

 

 

그래서, 다시 한번 결론적으로 정리하자면 

시중금리가 하락하면, 이미 높은 고정 이자율로 발행하여 유통되고 있는 채권의 상대적 투자 매력도가 상승하면서
투자 수요가 몰리게 되고 거래 가격이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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