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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낸 오전, 카페에 가서 쓰던 글을 마무리하려고 노트북을 켜 놓은 채로 유튜브 동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잠깐만 보려고 했는데 결국 오전을 다 써버리고 말았다.

 

건강에 조금 더 신경을 써볼까 싶어서 음식에 대한 다큐를 찾아봤는데, 이것저것 둘러보다 우연히 보게 된 영상이 바로 'plant-based diet'에 대한 내용이었다. 

 

'고기'가 되기 위해 사육당하고 도축되는 동물들에 대한 내용이어서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와 카페에서 그만 통곡을 하고 말았다. 사연 있는 여자처럼...

 

사실 10년도 더 전에 비슷한 영상을 본 기억이 난다. 그러므로 나는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정확히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변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중간중간 채식을 시도해 보긴 했지만, 언제나 다시 돌아왔다.

 

동물들이 살아있는 동안 끔찍한 환경에서 고통 받다가 잔인하게 도살당한다는 사실은 10년 전에 영상을 보았을 때에도 마음이 아팠지만, 엄마가 되고 난 이후에는 특히나 갓 태어난 생명(혹은 태어나지도 못한 생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단 한번만 생각해보면 너무나 명확한 사실,

달걀은 후라이나 해 먹으라고 닭이 던져주는 물건이 아니라 닭의 새끼이며, 우유는 자신의 아기를 위해 어미 소가 준비한 모유라는 점을 굳이 떠올리려 하지 않으며 살아왔다. 

 

나는 어제도 라면에 달걀을 풀어서 먹었다. 달걀을 넣었을 때와 안 넣었을 때의 맛의 차이도 잘 모르면서.

 

소의 임신기간은 인간과 비슷한 9개월 정도라고 한다. 보통 3~4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나중에 어미 소를 대체해서 우유를 생산할 암컷 송아지 한 마리만 남겨두고 나머지 새끼들은 바로 도축장으로 보내버린다고 한다. 9개월을 품고 있던 새끼를 낳자마자 잃어버린 어미 소는 그나마 남은 새끼 한 마리와도 곧 강제로 분리된다. 우리가 먹을 우유를 송아지가 다 먹어버리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젖은 갓 태어난 새끼를 위해 엄마 몸에서 자연스럽게 준비가 되는 것이다. 사람과 똑같다. 젖소라고 1년 365일 하릴없이 우유를 펑펑 생산해 내는 것은 아니라는 걸 왜 몰랐을까. 우리와 나눠 먹으려고 만들어내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젖소가 우유를 생산하는 것은 갓 태어난 새끼가 있을 때이다. 시도 때도 없이 커피에 우유를 넣어 먹으려고 하는 우리들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젖소는 끊임없이 '젖을 생산해 내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계속해서 강제로 임신을 해야 하고, 새끼를 낳자마자 빼앗겨야 한다.

 

달걀도 마찬가지다. 닭들은 자연적인 주기에 따라 임신 출산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촉진제를 맞고, 강제 임신을 하고, 알을 끊임없이 낳는 과정을 무한반복한다. 달걀 생산이 아닌 '치킨용' 닭들은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성장 촉진제를 맞고 뼈가 몸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랄 시간도 없이 빠르게 살을 찌워 스스로 몸을 일으켜 세울 수도 없고, 장기들이 눌려 망가져 버리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달걀 생산에 아무 쓸모가 없는 수컷 병아리들은 태어나자마자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믹서기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다.

 

사람이 육식을 한다는 것 자체를 무조건 야만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육식을 위해 동물을 사육하고 도살하는 과정은 대부분의 경우 너무나 야만적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나 많은 양의 고기와 우유와 달걀을 싼 가격에 소비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한 순간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겠지만, 또 다시 실패하더라도 다시 한번 채식을 실천해 보기로 했다.

 

우리 가족의 식단은 우선 지금과 그대로 두고 '나'의 식단에서 육류, 생선, 우유/유제품, 달걀을 최대한 빼보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밑재료'로 들어간 경우는 당분간 신경 쓰지 못하겠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선에서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해 봐야지.

 

 

#D-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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