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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사안에 대해 얼마나 예민하게 받아들이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둔감한 사람들은 이게 도대체 어떤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도 예민한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이건 타고난 성격에 의한 차이일 수도 있고, 살면서 켜켜이 쌓인 경험에 의해 특정 주제에 마음이 얼마나 예민하게 다듬어졌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것 같다. 

 

여러 사람이 모여 생활하다 보면 이런 예민함의 차이로 인해 크고 작은 갈등이 흔히 발생하는데, 양 쪽의 입장 차이는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단단하고 넓은 틈을 만들어 쉽게 좁혀지지 않기도 한다. 어떤 일에 대해 누군가는 '불편하다'고 속내를 털어놓는 반면 '나는 하나도 안 불편한데?'라고 대꾸하는 사람도 생긴다. 중재를 하는 입장에서는 도대체 누구의 말을 들어줘야 하나 난감하기 짝이 없다. 더군다나 '불편하다'고 말하는 그룹의 사람들이 '난 안 불편해' 그룹만큼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성향이 아니라고 하면 균형을 잡기란 더욱 어렵다. 

 

단톡 방에 올린 글에 대해서 '이런 대화는 불편해요'라고 어렵사리 누군가 꺼낸 말에 대해서 '나는 괜찮은데요'와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안 읽고 넘기면 되죠.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닌데'와 같은 의견들이 줄줄이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불편하지 않다는 댓글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는 '괜찮은' 것으로 흘러갔고 다른 대화가 시작되며 이 이야기는 묻혀 버렸다. 정작 도마에 오른 이슈에 대해서는 나 역시 불편함을 못 느꼈지만, 이런 대응 상황에 대해서는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았다.

 

나 역시 '안 불편한 것'이 많은 둔한 사람으로서, 내 눈에 괜찮은 것에 대해 불편하다고 외치는 목소리들을 무시하고 넘어간 적이 많다. 심지어 이렇게 사소한 일에 꼬치꼬치 신경을 쓰는 건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공동체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다면, '이 곳에서 내 의견이 항상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허용된다'라는 것을 모두가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편해'라는 말에 대해 '그냥 넘기면 되지 뭐가 불편해. 난 안 불편하던데'라고 대응하면 영원히 답을 낼 수가 없다. 그냥 넘기지 못했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고, 공감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불편함은 존중해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왜 그것이 나에게는 불편하지 않은지에 대해 (그러므로, 은연중에 너 역시 불편해할 필요가 없다는 뉘앙스를 담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옳다, 그르다와 같은 가치 판단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공동체 내에서 합의에 이를 수 있지만 '불편하다', '불편하지 않다'는 전적으로 개인이 받아들이는 감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수결로 불편한 사람이 더 많은지 괜찮은 사람이 더 많은지를 가려내는 것 역시 정답이 될 수 없다. 다수결이 나의 고통을 없애주진 않는다. 다수의 의견이 폭력이 되지 않고 소수의 뾰족함이 모두의 불만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어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어떤 결론을 낼 것인지와는 별개로 그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문화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무턱대고 들어줘야 한다는 건 아니다. 단지, '불편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적어도 공평한 비교가 되려면 당신의 고통과 나의 고통을 살펴봐야 한다. 불편한 상황을 일방적으로 참으라고 하는 것은 폭력이다. ‘나라면 그냥 참겠어’는 좋은 답이 아니다. 어차피 나에게는 이 상황이 고통스럽지 않기 때문에 나는 손해 보는 것이 없지만, 참아야 하는 당사자에게는 고통이다. 

 

A라는 상황이 누군가에게 고통이라면, A가 아닌 상황, 즉 A를 덜어낸 상황이 나에게 고통이 되지 않는 한 상처 받은 사람의 말을 들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혹은 당신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나에게는 새로운 불편함 또는 고통이 생깁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어디쯤에서 서로 양보하고 선을 그을지를 같이 결정할 수 있다.

 

나는 괜찮으니까 너도 괜찮도록 노력해봐,라고 하는 것은 '나에겐 당신의 아픔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프다는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라고 뼈를 때리는 것과 같다. 

 

어떤 점이 나에게 아픈지 안 아픈지, 얼마나 아픈지, 내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당사자이다. 내가 아프다는데, 적어도 '아냐, 그건 아픈 거 아니야'라고 대응하지는 말자.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도 내 욕구를 양보해야 한다면 더 그렇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참 고맙고 따뜻한 일 아닌가.

 

 

 

댓글
  • 프로필사진 파랑 2020 공감되는 글이네요. 저도 보통 안불편한 그룹에 속하긴 한데
    최근 시험준비를 하며 불편한 그룹에 속한 적도 있었어요. 근데 이게 말하는 입장이 되면 엄청 고심하고 수백번 고민하다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는 거더라고요..
    이런 일을 겪으며 '난 안불편해'와 같은 언어폭력은 안하기 위해 노력하며 생각하게 됐어용
    2019.07.12 23:01 신고
  • 프로필사진 T9 멋져요~! :-) 상처가 되는 줄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참 많은데,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은 어렵지만 멋진 일 같아요~ 2019.07.15 22: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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